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쓰시던 라이터는 지포 라이터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흔하디 흔한 중국산 이미테이션 제품이었죠. 그렇다보니 디자인이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웬 듣도보도 못한 영화 포스터가 그려져 있거나,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장식품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조잡함의 극치를 달리던 그 라이터가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이른바 '뚜껑 달린 라이터'가 흡연자들의 로망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느덧 라이터가 필요한 나이를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어릴적의 로망은 까맣게 잊고 500원짜리 똑딱이 라이터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지포는 최소 2만원까지 줘야 하는 라이터였기 때문입니다. 저만한 가격을 지불하기에는, 라이터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