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이야기

언론계 / 신문사에서 쓰이는 은어 정리

레러타입 2019. 2. 20. 20:58

 

한국 언론사에서는 다양한 은어가 쓰입니다. 대부분 일본어죠. 솔직히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표현 냅두고 왜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는지 맘에 안듭니다. 다행히 은어 사용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언론계의 다양한 곳에 존재합니다. 맘에 안 들고 바꾸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선 단어들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겠죠.

 

그래서 현직 기자가 이 바닥에서 쓰이는 은어들을 정리 해봤습니다.

 

 

 

1. 사쓰마와리 (마와리, 사쓰)

가장 자주 쓰이는 의미는 '막 입사한 수습기자가 경찰서를 돌며 취재거리를 찾는 행위'입니다. 경찰서 계장이나 과장들을 만나며 인맥을 트고 사건 사고를 알아내는 것이죠. 대부분 언론사에서 수습들에게 마와리를 시키는 건 교육 목적이 큽니다. 최근엔 피의사실공표가 강화돼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수습 마와리 교육을 폐지하는 곳도 일부 있습니다.

 

수습기자가 아니더라도 경찰서를 출입하며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기자들을 '사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마와리'라는 표현은 경찰서 뿐만 아니라 법원이나 대학, 기업 등을 순회할 때도 'OO 마와리'라고 붙여 씁니다.

 

 

2. 나와바리

이 바닥이 아니더라도 흔하게 쓰이는 일본어입니다. 언론사에서는 자기가 맡은 출입처나 취재 지역 등을 말합니다. 복지 분야 취재를 맡은 기자는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등이 나와바리가 되겠죠.

 

 

3. 하리꼬미

예전에는 수습들을 마와리 돌리며 경찰서에서 아예 숙식을 하게 했습니다. 기자실에서 자고 씻고 밤새 경찰들과 함께 지내며 사건 사고를 가져오라는거죠. 지금은 주 52시간 근무가 도입되면서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4. 도꾸다니

특종이라는 의미입니다. 요즘 세대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5. 도꾸누끼

특종의 반대말인 '낙종'을 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요즘 세대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6. 반까이

만회한다는 의미입니다. 나와 같은 분야를 맡은 다른 언론사 기자가 단독 기사를 쓰면, 나도 또 다른 단독 기사를 내 만회하겠다 정도로 쓰입니다.

 

 

7. 쪼찡

남의 앞잡이가 되어서 그 사람의 장점 등을 잘 선전하는 자, 주로 일부 취재원이나 출입처에 호의적인 기사를 자주 작성하는 기자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요즘 세대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8. 당꼬

담합, 유착이라는 의미입니다. 마찬가지로 요즘엔 보기 힘든 단어입니다.

 

 

9. 야마

여전히 언론사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입니다. 기사의 핵심 내용이나 주제, 초점 등을 의미합니다. 기사를 개판으로 써서 선배에게 가져가면 "이 기사 야마가 뭐냐"는 질문을 받게 되죠. 이 말은 즉 "이 기사의 주 내용이 뭐냐", "이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게 뭐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0. 우라까이

다른 언론사에서 나온 기사 내용을 약간 바꾸거나 베껴서 자기 기사에 쓰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 A : 너 이거 연합뉴스 우라까이 한 것 아냐?

 

 

11. 풀(pool) 취재

여러 언론사가 한꺼번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취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주로 장소가 협소하거나 여러 사람이 붙으면 혼잡해지는 경우 쓰입니다. 풀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취재가 끝나면 서로의 취재 결과물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경찰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기자들에게 자료를 공식적으로 뿌리는 행위를 '풀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 A : 그 내용 어디서 받았어요? / B : 이거 서울청에서 풀 해줬어요.

예) A : 장소가 좀 좁으니 저희끼리 풀 하시죠. / B : 그럼 피의자 나올때 질문은 제가 할게요.

 

 

12. 게찌

기사가 나간 뒤 취재원이 기자에게 항의하는 일을 말합니다. 요즘엔 잘 쓰이지 않습니다.

 

 

13. 야로

사건의 표면에서 드러나지 않는 속셈이나 흑막을 의미합니다. 요즘엔 보기 힘든 단어입니다.

 

 

14. 모찌

기사 거리를 말합니다. 일부 언론사나 기자들이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 A : 너 이번에 단독 기사 냈더라. 나도 모찌 좀 줘~

 

 

15. 빠터

기자들의 정보 거래 행위를 말합니다. 주로 기획 아이템이나 취재원으로부터 얻은 정보 등을 서로 나누며 사용합니다. 요즘엔 잘 쓰이지 않는 단어입니다.

 

 

16. 킬(Kill)

기사를 죽인다는 의미, 사실상 취재 종료를 의미합니다. 가치가 없는 기사거나 취재 중인 기사더라도 지면이나 방송 여건에 따라서 기사가 나갈 수 없는 경우 '킬 됐다'고 표현합니다.

 

예) A : 그거 취재 잘 하고 있어? / B : 방금 킬 됐어

 

 

17. 벽치기

공식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회의, 대화 등을 엿듣는 행위를 말합니다. 주로 국회 비공개 회의에서 기자들이 출입문에 바짝 붙어 흘러 나오는 내용을 들으려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20. 1진 , 2진 , 3진 ...

선배 기자들을 의미합니다. 같은 부서에서 자신과 같은 분야를 취재하는 선배 기자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들을 경력이 높은 순서로 '1진 선배', '2진 선배' ... 'n진 선배' 라고 부릅니다. 막내 기자는 보통 '말진'으로 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