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리뷰

2in1 노트북, 레노버 믹스 510 사용기 (Lenovo Miix 510)

레러타입 2017. 12. 16. 13:32

  저는 대학 학부 과정 3학년이 끝날 때까지, 노트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학술정보관만 가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집과 학교가 가까웠기 때문이죠. 과제나 공부를 하는데 전혀 노트북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종종 글을 쓰고 싶은 소재가 있을 때 바로바로 쓰지 못해 아쉬웠다는 점 말고는... 그냥 번거롭고 무거운 돌 덩어리를 하나 들고 다니는 것만 같아서 노트북을 구매하지도, 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군대를 전역하고 4학년 복학을 앞둔 제가 드디어 노트북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취업을 생각해야 할 나이이고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문서 작업을 할 기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노트북, 태블릿 PC 등 기기가 사용 목적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었는데요. 저는 흔히 생각하는 일체형 노트북 말고 태블릿과 키보드가 따로 분리되는 2in1 기기를 주로 찾아봤습니다. 지난 2013년, 아는 형님이 보여주신 갤럭시 탭과 탈착형 키보드를 보고나서 이 기기 분야를 처음 알게 됐었죠. 시장장에선 태블릿의 판매량이 점점 줄고, 생산성이 더 나은 기존 노트북과 2in1 노트북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윈도우가 탑재 된 태블릿이 필요했습니다.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문서 작업과 같은 생산성 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진즉에 한컴과 MS에서 맞춤 오피스 어플리케이션들을 내놨지만, 윈도우 UI에 익숙해져버린 저로서는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기능 상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고요. 어디서나 문서 작업이 원활하고, 휴대성이 좋은 그런 기기가 필요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를 비롯해서 HP, 에이수스, 삼성, 화웨이 등 다양한 기업들이 이미 2in1 노트북 사업에 뛰어들어 있었습니다. 디자인도 성능도 다 제각기 달랐죠. 저는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성능이 어느정도 받쳐주는 그런 기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마소와 삼성은 이미 아웃이었습니다. 성능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쌌거든요. 물론 AS나 기타 부가 기능이 제 값만큼 해주겠지만 당장에 그런 큰 돈을 지불할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좀 저렴한 화웨이의 메이트북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프로세서가 m3 시리즈라는 점에서 선뜻 구입하기가 껄끄러웠습니다. 그렇게 7일간 알아보고 또 알아본 뒤 제가 선택한 기기는 레노버Miix 510 기종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이어질 글은 직접 사용해보고 느낌을 솔직하게 적은 사용기입니다. 제품과 기능을 직접 사용해보고 그 후기를 적은 글입니다.  따라서 기본 스펙이나 자세한 제품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스펙 대한 서술이나 제품 사진 등은 전문 IT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리뷰에 비해 부족할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하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구매 후 반가운 마음에 바로 카페에서 구동 시켰습니다.


  Miix 510은 사양에 따라 i3, i5, i7 총 3가지 제품군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i3는 뭔가 좀 부족할 듯 싶고, i7은 가격이 껑충 뛰고... 결국 선택한 것은 i5 프로세서였습니다. i5 스카이레이크에 4GB DDR4 메모리, 128GB SSD 정도면 문서작업이나 웹서핑, 간단한 게임 정도는 원활할 것 같았거든요. 여기서 가격을 더 지불하면 가장 최신 모델인 카비레이크 프로세서 모델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만 스카이레이크도 괜찮은 프로세서라 생각해 그냥 이 쯤에서 타협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구매한 사양. 사진과 달리 기본으로 탑재 된 OS는 Windows 10 Home입니다.


  한국 레노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일까요? 바로 AS입니다. 많은 국내 노트북 커뮤니티에서 레노버의 AS가 최악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세계적으로 랩탑 업계의 선두를 달리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나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중국계 기업보다 서비스 센터는 많은 편입니다만, 서비스의 질이 그만큼 따라주질 못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모 사이트에서는 'A/S 때문에 레노버는 믿고 거른다'라는 이야기도 봤었죠. 그래서 굳이 레노버 보증이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차후에 사설 수리를 감안하고 리퍼비시 제품을 구입하면 어느 정도 돈을 아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최종적으로 스카이레이크 i54기가 메모리, 128기가 SSD가 탑재된 리퍼비시 Miix 510을 구매 했습니다. 그 때가 11월 중순이었으니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기본 구성품은 12인치 태블릿 본체와 도킹 키보드, 얇은 파우치 케이스, 충전기입니다. 펜은 별도로 구매해야하며 포함 되어있지 않습니다. 상당히 심플한 구성입니다. 충전 같은 경우에는 USB C 포트로도 가능할까 싶었는데 포함 된 충전기로만 충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태블릿의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 측면에는 USB C타입 포트, USB 3.0 포트, 충전 단자, 마이크가 있고 오른쪽 측면에는 전원 및 슬립 버튼, 볼륨 조절 버튼이 있습니다. Micro SDHC 등의 외장 메모리 슬롯은 없습니다. 요즘 태블릿은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인데 왜 빠졌는지 조금 이해하기 힘드네요. 용량 추가 방법이 SSD 업그레이드 밖에 없어서 상당히 아쉽습니다. 태블릿 자체의 두께는 괜찮은 편입니다. 들고 다니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전체적인 디자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와 아주 비슷합니다. 덩달아 제조사가 중국 기업이다보니, 레노버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그냥 저가형 중국산 짭퉁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그만큼 서피스와 아주 닮아 있습니다. 키보드를 세워서 쓰는 방식도 그렇고요.



  겉면이 인조 가죽으로 된 도킹 키보드는 접합부가 자석으로 되어있어 태블릿 하단과 착 달라붙는 스타일입니다. 거꾸로 뒤집어도 잘 떨어지지 않아요. 디자인은 서피스와 매우 비슷한데, 중간에 자석이 있어 대각선으로 세워서 키보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타이핑에 별 무리는 없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른쪽 Shift 키가 너무 작고 방향키와 애매한 위치에 있어 오른쪽 Shift 키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오타가 자주 납니다.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태블릿 뒤에 위치한 킥 스탠드도 닮았습니다. 서피스처럼 통으로 열어서 태블릿을 세워주게 되어 있어요. 이 부분에서 서피스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Miix 510의 킥 스탠드는 각도 제한 없이 원하는만큼 펴고 접을 수 있도록 양 사이드에 시계줄 힌지가 있습니다. 레노버의 요가북(Yoga Book)을 이용 하셨었다면 아주 반가운 디자인일텐데요, 메탈 시계줄처럼 생긴 이 힌지가 양 쪽에 달려있어 각도에 상관 없이 태블릿을 튼튼하게 받쳐줍니다. 사실상 이 부분이 Miix 510에서 자랑할 수 있는 트레이드 마크 같은 격이죠.



  기본 파우치로는 보호하기가 약간 부족할 듯 싶어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파우치 하나 구입 했습니다. 다행히도 크기가 딱 맞아 떨어져서 남는 공간 없이 쏙 들어갑니다. 키보드 키스킨도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잘라서 씌웠습니다. 주변 용품들을 모두 다이소에서 구입해 쓰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불편함을 못 느끼겠습니다.



  스타일러스 펜은 저렴한 정전식 터치펜과 레노버에서 판매하는 액티브 펜, 와콤의 Bamboo Ink 제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48 단계 필압까지 지원한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사용해보지 않아서 이 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가형 모델인 Miix 320이나 기타 팬리스 2in1 노트북과는 달리, CPU 쿨링 팬이 있습니다. 따라서 고사양의 작업을 하게 되면 팬 소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생활 소음이 있는 도서관에서 사용하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옛날 Windows 10 초창기에는 쓸데없이 리소스를 잡아먹는 프로세서가 많아서 팬이 심심하면 돌아갔었지만, 시간이 지나 업데이트로 해결되면서 팬이 작동하는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이걸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도 아닌게, 무거운 작업을 하게 되면 쿨링 팬이 알아서 CPU를 식혀줍니다. 이렇게 열일해주기 때문에 팬리스 모델에서 발생하는 쓰로틀링 현상(발열이 심해지면 프로세서 성능이 떨어지는 자체 보호 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참고를 위해 해외 유튜버가 업로드한 게이밍 영상을 첨부합니다.


  고사양 게임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버워치까지 돌려봤는데, '구동'은 가능하지만 원활하고 쾌적한 플레이는 할 수 없습니다. 정말 플레이 그 자체는 가능하긴 하지만 VGA가 내장 그래픽이다보니 많이 떨어집니다. 최저 사양으로 돌려도 50 프레임 정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중, 저사양 게임은 나름 즐길만 합니다. 고전 게임의 대명사 스타크래프트1도 잘 돌아가고 스타듀밸리, Getting over it을 비롯한 스팀의 캐주얼 게임들도 괜찮게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태블릿이기 때문에 무거운 게임을 돌리시려면 게이밍용 랩탑을 따로 구매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제 한 달 가까이 이용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블릿과 노트북을 함께 할 수 있다보니 카페에서 이용하기도 좋고, 침대에서 영화보고 시간 때우기에도 참 좋습니다. 아직 복학 학기가 시작되지 않아 대학 생활에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지금 쓰는 모습을 봐선 괜찮을 듯 싶네요. 측면과 후면이 은색이다보니 보호 필름을 붙여놔도 사용 하다보면 조금씩 긁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이 쓰리지만 쓰다보면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고사양의 게임을 돌리지 않고 레노버의 구린 AS를 감안하신다면, 가격대비 성능으로 보나 활용성으로 보나 추천할만한 기기입니다. 2in1 노트북 입문용으로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