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리뷰

지포 라이터 205 Satin Chrome 구입기

레러타입 2014. 3. 26. 14:56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쓰시던 라이터는 지포 라이터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흔하디 흔한 중국산 이미테이션 제품이었죠. 그렇다보니 디자인이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웬 듣도보도 못한 영화 포스터가 그려져 있거나,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장식품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조잡함의 극치를 달리던 그 라이터가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이른바 '뚜껑 달린 라이터'가 흡연자들의 로망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느덧 라이터가 필요한 나이를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어릴적의 로망은 까맣게 잊고 500원짜리 똑딱이 라이터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지포는 최소 2만원까지 줘야 하는 라이터였기 때문입니다. 저만한 가격을 지불하기에는, 라이터라는 성질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도 어릴적 로망이 조금은 남아 있던 탓에, 한 판에 천 원하는 라이터 뽑기에 도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뽑고나니 '짭퉁' 제품이라 고장도 잦고,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너무나 우스웠습니다.

 


  지포 라이터는 잘 사용하기만 하면, 아들까지 물려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왕 사용하는거 정품을 써보자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주문하게 된 것이 205Satin Chrome입니다.


 

  제품을 둘러싸고 있는 박스의 크기는 담배 한 갑 수준입니다. 처음 손에 잡으면 굉장히 아담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라이터 자체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이다 보니, 박스도 작은 크기로 맞춘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박스 뒷면에는 제품의 시리얼 넘버와 바코드가 있습니다.


 

  박스를 열면 이렇게 라이터 본체와 제품 보증서가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바로 보증 기간입니다. 지포는 제품의 보증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무기간 평생동안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간에서 '지포는 잘 이용하면 손자 대까지 물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제품 보증서에는 지포社의 신제품 소개 및 기름 주입 방법 등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박스에서 본체를 꺼내 포장 비닐을 제거한 모습입니다. 205번 모델은 전면 무광 재질입니다. 지문이 많이 묻고, 잠깐이라도 험하게 다루면 기스가 나는 유광 모델들은 취향이 아닌 것 같아 무광으로 골랐습니다. 겉보기에는 표면이 거칠어 보이지만 막상 손으로 잡아보면 매우 부드럽습니다.

 


  대부분의 무광 제품들은 브러쉬드 모델로 나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앞면과 뒷면만 무광 상태이고 측면은 유광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전체 면이 무광으로 되어 있는 제품은 많지 않았습니다. 205번 모델은 후자에 속합니다.

 

 

  정품 지포 라이터는 이렇게 아래에 로고, 생산년도, 생산지를 표기하고 있습니다. 로고를 기준으로 왼쪽이 생산월, 오른쪽이 생산년도입니다. 생산월은 1월부터 12월까지 알파벳의 순서에 따라 표기합니다. 사진의 'E'는 5월입니다. 생산년은 2000년 이후부터 숫자로 표기되기 때문에, 읽는 그대로 2013년 제품입니다.

 

 

  왼쪽의 'adidas' 라이터는 흔히 뽑기에서 볼 수 있는 이미테이션 라이터입니다. 흔히 말해 '짭'이라 불리는 이 제품들은 기름의 소모가 빠르고, 잔고장이 잦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하단부에 로고가 없고 경첩이 180도까지 열립니다. 정품이지만 경첩이 라이터 바깥에 위치해 180도까지 열리는 제품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제품 모양새가 틀리기 때문에 확실히 구별하실 수 있습니다. 


 

  비록 지포 제품 중에서는 저가의 상품이지만 마음에 쏙 듭니다. 판매처에 신청한 제 이니셜도 잘 들어가 있고요. 외관도 잡다한 장식물이나 프린팅 없이 깔끔해서 좋습니다.

 


  과연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요? 지포를 손자까지 물려준다는 이야기가 저에게도 해당될 수 있을까요?